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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칼럼> 필리핀에서는 거지도 웃는다(2-1)


한국과 필리핀, 누가 먼저 웃을까?

다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① 돈은 없지만 매일 웃는 표정을 짓고 사는 사람
② 돈은 많지만 매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사는 사람

당연히 웃고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일 테다. 행복이란 재산, 명예, 권력 따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 행복의 잣대는 남이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다. 행복이란 자신의 잣대가 아니라 타인의 잣대를 들이대거나, 자신이 지닌 것 이상과 겨루는 순간 무너지기 시작한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지만 행복은 아시아에서 상위권이며, 사람들의 표정 밝기 역시 최고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잘 웃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은 그들의 낙천적 성격에서 기인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언제나 ‘yes’를 즐겨 대답하고, 잘 웃는 특성을 지닌다. “직접적이며 공개적인 ‘no’를 좋아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동의해도 웃고, 동의하지 않아도 웃는다.”(알프레도 로체스·그레이스 로체스 지음, 이은주 옮김,『필리핀』,휘슬러,2005, p.42.)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더 잘살던 필리핀이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것을 두고 욕심 없는 낙천성을 꼽기도 한다. 교육열에도 잘 반영되듯, 돈벌이와 출세에 악착인 한국인 같지 못한 낙천성이 발전을 늦춘 것이다. 필리핀 사람들의 낙천적 사고방식은 많고 많은 축제에서 잘 드러난다.

필리핀 사람들은 놀이문화를 금세 받아들인다. 중국인의 불꽃놀이를 따라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연말, 생일, 개업, 결혼, 축제 때마다 불꽃놀이를 즐긴다. 크리스마스 축제는 한 달 내내 열 정도로 축제를 즐기면서 살아간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낭만파 필리핀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도 흥취를 잘도 낸다.

“필리핀 사람들은 말레이시아계 원주민들과 중국 문화가 혼합된 민족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의 느낌을 자유롭게 전달하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친절하며, 수용성 있는 태도를 유지한다.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으로, 사람들을 대놓고 비방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것이 좋은 사람으로 이해되고 있다.

언제라도 쉽게 함께 어울릴 수 있고, 누구라도 어울리는 데 어렵지 않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이상적인 필리핀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며, 대중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음주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다.”(김기범,『은퇴이민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성안당, 2006, p.86.)

필리핀의 경제 성장이 둔화한 것은 낙천성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요인에 있다. 우선 정치인들의 부패를 주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 마르코스(1917-1989년)의 21년간 독재를 들 수 있다.

그의 독재 기간 중 야당 지도자였던 베니그노 아키노가 암살되지 않았던가.(필리핀의 아키노 공항은 그 이름에서 따옴) 정치인의 부패는 마르코스 일가가 국가 예산을 빼돌린 돈만도 100억 달러에 이르고,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가 수집한 3,000켤레의 고급 구두가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냥 궁의 신발장에 쌓인 것만으로도 짐작하고 남는다. 마르코스 독재정치 기간인 1965~1986년 중 필리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에 머물렀다.

한국과 필리핀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정황이라든가, 미국의 통치 영향권에 놓인 비슷한 처지이다. 게다가 국내 정치상황 역시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18년간 군사독재 정치가 있었으니 필리핀과 판박이 상황이다. 게다가 6·25한국전쟁까지 겪었으니 필리핀보다 한국은 더 열악한 처지였다.

필리핀은 1950-1960년대만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생활수준이 높은 나라로 꼽혔다. 1953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95달러로, 67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의 3배나 되었다. 1960년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254달러로, 79달러이던 한국의 세 배가 넘었고, 153달러의 대만보다도 훨씬 많았다. 필리핀은 1962년 1인당 국민소득이 495달러로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장 잘 살았다.

그러던 필리핀이 경제성장을 멈추면서 1970년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적은 192달러였으며, 1986년에는 540달러로 아시아 지역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로 추락했다. 1,000달러 소득에 도달한 것은 1995년의 일이다. 2004년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이 1,240달러로 1953년에 비해 6.5배가량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2004년 1인당 국민소득이 14,206달러로 같은 기간에 200배나 성장했다.

필리핀의 국민소득은 2006년 기준 1,484달러로, 한국의 1만 8천401달러 대비 12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7년 1,000달러, 1989년 5,000달러를 넘어 1995년 1만 달러, 2005년 1만 6413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2007년에는 2만 45달러까지 기록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경제가 올라선 데 대해서는 필리핀과의 경쟁 덕분이었다는 일화까지 있다. 1966년 2월 7일 박정희 대통령이 돈을 빌리기 위해 동남아 순방에 나섰을 때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은 바쁘다며 만나주지도 않았다. 구걸 외교에 나선 박 대통령을 문전박대한 것이다. 치욕적인 모욕을 당한 박정희 대통령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건방진 놈, 두고 보라지. 앞으로 우리가 몇 년 내 필리핀을 앞설 테니. 그리고 10년 후에는 우리는 선진국이 되고, 필리핀은 영원히 후진국으로 남을 테니 두고 봐.”(이동원,『대통령을 그리며』,고려원,1992.) 당시 외무부 장관이던 이동원에 의해 알려진 일화이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은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말레이시아, 태국, 자유중국, 필리핀을 찾았다. 당시 이들 네 나라는 오늘날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정도일 만큼 선진국의 나라였다.

한국은 박정희의 독재정치로도 경제성장이 가능했지만, 필리핀은 마르코스의 독재로 경제가 후퇴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차이가 드러난다. 이는 필리핀이 무장한 사병까지 거느린 정치 명문 세도의 파벌싸움이 현재진행형일 만큼 부패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9년 11월에는 시장에 출마하려는 현 부시장의 가족과 지지자 57명을 총으로 몰살하는 만행까지 자행하지 않았던가.

정연수 논설위원(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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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필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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